
주중에 방송을 통해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詩) <십자가>를 낭송하는 것을 들었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시를 들으며 홍순관씨가 부른 노래가 떠올랐다. 더불어 윤동주의 대표작인 <서시>도 생각났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는 죽은 후 그의 시들을 모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는 일본 경찰의 감시를 받다가 조선인 유학생을 모아놓고 조선의 독립과 민족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투옥되었고, 1년 후 원인 불명의 이유로 29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 다. 함께 투옥되었던 친구 송몽규는 그의 죽음이 “형무소에서 맞게 한 주사 때문이었다”고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온 아버지 일행에게 증언했다. 이는 일본의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생체실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0년 8월 15일, 그의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대한민국 공훈전자사료관에 따르면 윤동주는 독립투쟁의 최전선에서 싸운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의 시와 삶은 일치했고, 민족을 향한 사랑과 고통을 시에 담아냈다.
<서시>의 구절처럼, 그는 별을 노래하며 죽어가는 것을 사랑했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며 자신의 삶을 민족의 제단에 바쳤다.
어제는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많은 지도자가 친일로 돌아섰고 독립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시절, 윤동주는 자신의 시를 통해 민족 독립을 위해 자신을 제물로 드리기로 결단했다. <십자가>는 그의 기독교 신앙과 조국을 위한 헌신이 담긴 작품으로,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민족을 위한 희생을 노래했다.
이번 주 수요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절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묵상하며 회개와 금식, 기도와 선행을 실천하는 기간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아버지의 영광과 자신의 영광을 구하셨고, 제자들을 위해 거룩하고 하나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셨다. 사순절을 맞이하여 우리도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아야 한다. 성도들은 물론, 고국과 아픔이 많은 세상을 향해 절박함으로 기도하며, 우리 앞에 놓인 어려운 현실을 믿음으로 이겨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