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유대인들을 말살하기로 결정한 문서인 “최종 해결책”(Final Resolution)을 작성한 이후, 나치는 당시 약 9백만 명이었던 유럽 거주 유대인들의 2/3에 해당하는 6백만 명을 죽였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 1백만 명과 여성 2백만 명, 그리고 3백만 명의 남성들이 있었다. 또한 그들은 병원에 있던 20만 명의 정신적·육체적 장애인들을 ‘안락사 프로그램’을 통해 죽였고, 20만 명의 집시들, 그리고 폴란드인이나 러시아인과 같은 소수 인종들,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 여호와의 증인,… 무수한 이들을 학살했다(홀로코스트 박물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 말은 유럽의 유대인들을 멸절시키려고 계획한 “최종 해결책”을 수행한 사람들 상당수가 유대인들에 대한 증오 심보다는 정부의 명령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그 일을 수행한, 얼굴 없는 관료들이었다는 주장이다.
나치는 자신들의 범죄를 세상에 감추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곳곳 에서 폭력을 행하는 가해자들의 상당수는 유럽 출신들이며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로서, 그들이 급진주의자가 되기 전까지는 친구들과 이웃들로부터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로 간주되었던 사람들 이라고 한다.
이들(테러리스트 등)은 자신들의 범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신(神)을 위해서, 거룩한 대의를 위해서 그와 같은 일을 행했다고 주장한다.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목사는 히틀러가 미친 선동으로 독일 국가를 몰아가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지도자가 자신을 우상화하기 위해 국민을 현혹하고, 국민이 그에게서 우상을 기대한다면, 그 지도자상은 조만간 악마의 상으로 변질되고 말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이후 나치의 감시와 박해 속에 미국 유니온 신학교에 초청을 받아 신학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전후 독일에서 기독교인으로서 사회적 삶의 재건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친구들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돌아왔다.
본회퍼는 나치에 의해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히틀러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실패하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제 정신을 잃은 운전자가 폭주하면서 수많은 사람 들을 해치고 있다, 이 폭주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부득불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미친 사람이 모는 차에 희생되는 많은 사람들을 돌보는 것만이 목사로서 나의 과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미친 사람의 운전을 중단시키는 것도 바로 나의 과제다.”
이미 경험한 트럼프 2기 정부가 내년 1월에 출범한다.
지금 고국은 내전이나 적의 침공, 대규모 폭동 등의 극단적인 국가적 비상사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일부 추종세력들을 동원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과 계엄군들과 경찰들의 소극적 움직임, SNS로 인한 현장 생중계 및 신속한 전파 등의 이유로 155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되 었다.
우리는 계엄사령관을 중심으로 요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명령에 따른 충성심으로 국민과 국가에 대한 반란을 제지하지 못한채 부역자가 되고, 뒤늦게서야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는 모습 속에서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을 다시 목격하게 되었다.
앞으로 걷잡을 수없는 불확실한 소용돌이 속에서 역사를 넘어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돌보심이 고국과이 나라의 백성들과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해주시도록 기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