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밖의 만남, 그러나 하나님의 뜻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제사(題辭)로 요한복음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이구절을 자신의 묘비명으로 삼았다.
석영중 교수는 이것을 가리켜 “이보다 더 도스토옙스키와 어울리는 묘비명은 없을 듯하다.
도스토옙스키야말로 문학의 땅에 떨어져 죽은 한 알의 밀알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석영중, 『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지난 화요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단기선교를 다녀온 권사님을 통해 김현주 선교사를 만났다.권사님은 선교사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는 잠깐이라도 자신의 집에 와서 쉬었다가 가라고 미국 으로 초청한 것이다.
김 선교사는 남편 김종우 선교사과 함께 24년 전, 5개월 된 딸을 데리고 선교사로 파송이 되었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사역을 했다.
현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부스터에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위한 건물을 건축하는 중에 중단하게 되었는데, 이소식을 들은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역”인 “한셈치고”를 통해 건물을 완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7년 전에 남편이 심장마비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후, 김현주 선교사는 계속해서 지역 사회와 학생들에게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헌신하고 있다.

한국의 어느 교회에서 선교사로 파송을 받았는지 물었을 때, 선교사님은 작은 교회인데 영등 포구 대림동에 있는 대림평화교회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믿기지가 않았다. 대림평 화교회는 내가 신학교에 입학하며 사역을 시작했고, 아내와 만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내 친구가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세상은 넓으면서도 좁다는 생각과 함께, 어떤 일이 있어도 잘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주 선교사는 남편을 떠나 보낸 후에도 지역 아이들과 학생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가는 일에 헌신하며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나는김 선교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작은 선교비를 전하고 헤어졌다.
그 후 카톡으로 김 선교사에게

“하나님의 뜻은 우리가 처한 상황 속에서 매일 드러난다.
하나님이 우리 앞에 펼쳐 놓으신 사람 들, 장소, 환경이 곧 하나님의 뜻이다.
하루 24시간의 삶 자체가 그분의 뜻이다.”(월터 취제크)

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현주 선교사와 고 김종우 선교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부스터 지역의 영혼들을 위해 그 땅에 심어진 한 알의 밀알이었다.
특별히 고 김종우 선교사는 그 땅에 뿌려져 썩음으로 많은 열매를 가져온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한 알의 밀알로, 누군가를 위해 떨어져 죽음으로 많은 사람을 살리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