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 베이비 샤워(Baby Shower)

    지붕 위의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1971)은 죽기 전에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은 러시아 제국의 유대인 공동체가 겪는 사회적 박해와 근대화의 파고 속에서, 오랜 세월 지켜온 결혼과 종교, 가족이라는 전통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상징적으로 그 려내고 있다. 영화는 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뾰족한 지붕 위에 위태롭게 앉아 연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뾰족한 지붕은 유대인들이 처한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삶의 기반을 나타내며, 주인공 테비예는 이렇게 말한다. “삶이란 마치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처럼 아슬아슬한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장녀 차이틀(Tzeitel)과 재봉사 모틀(Motel)”의 결혼식 장면이다. 이 결혼식 장면에 “선 라이즈 선셋” (Sunrise, Sunset)이라는 유명한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 랙)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불리며, 신랑은 유리잔을 밟아 깨뜨린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노 래하고 춤을 추며 축하하는 모습은 공동체로서의 축제의 삶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결혼식의 절정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들이닥쳐 모든 것을 파괴한다. 기쁨은 산 산조각 나고, 현실의 폭력은 공동체의 환희마저 무너뜨린다. 그럼에도 영화는 “기쁨은 외부의 박해 속에서도, 공동체가 함께할 때 다시 살아난다.”, “삶은 깨어짐을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 서도 희망은 존재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주중에 윤다은 사모(한어진 목사)의 출산을 한 달 앞두고 한 집사님 댁에서 “베이비 샤워”를 열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나서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태어날 아이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 어 발표하고, 아이들이 춤과 노래로 축하하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목사님이 아이(루나)를 안아주는 순간, 테이블 위의 꽃병이 떨어지며 쨍그랑 소리와 함께 깨져 파편이 사 방으로 튀었다. 그 순간 모두가 놀라고 긴장했지만, 제 마음속에는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의 결혼식 장면과 유리잔 깨뜨리기 의식이 떠올랐다. 유대인들은 결혼식에서 일부러 유리잔을 깨뜨리는 전통이 있다. 그 순간은 단순한 불상사가 아니라, 오히려 축복과 인생의 진리를 담은 상징적인 행동이다. 이 의식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민족적인 슬픔을 기억하며, 아무리 기쁜 순간에도 자신들의 고통의 역사와 하나님을 향한 갈망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최고의 기쁨 속에서도 인생의 상실과 깨어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유리잔을 깨뜨림으로 과거를 마무 리하고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선언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유리잔이 깨어지는 순간 모두가 함 께 일어나 "Mazel Tov!"(마젤 토브, "축하합니다!", "행운을 빕니다!"라고 외침으로 공동체 전체 가 함께 기쁨을 표현한다.

    그날 깨진 꽃병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삶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한 상징으로 다가왔다. 삶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유리잔 같고, 뾰족한 지붕 위를 걷는 이민자의 삶, 또는 어려운 시간 을 지나는 삶은 언제나 위태롭다. 그러나 함께할 때, 우리는 그 삶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희망 의 춤으로 바꿔낼 수 있다. 은 말한다. “기쁨 속에도 고난이 있으며, 고난 속에서도 기쁨은 반드시 존재한다.” 만나 공동체도 지붕 위의 바이올린처럼, 흔들리는 이민의 삶 한가운데서도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하나님 안에서 경이롭고 경건한 삶의 선율을 연주해 가기를 소망한다. Mazel Tov! 축복합니다. 당신의 삶이 깨어짐 속에서도 빛나기를!(고후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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