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서 만난 토미오 미키의 귀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서 만난 토미오 미키의 귀

뉴욕 맨해튼에 있는 MoMA에서 본 토미오 미키(Tomio Miki, 1937–1978)의 귀를 주제로한 작품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목사로서 설교를 비롯하여 사람들에게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또한 담임목사로서 목회와 교회 운영 과정에서 끊임없이 말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위가 높을수록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여기며, 그것이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때때로 불필요하거나 해서는 안 될 말이 될 수도 있고, 결국 생명력이 없는 잔소리가 되기도 한다. 헤밍웨이는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 라고 말했다. 성경에

“주 하나님께서 나를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 하셔서,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게 하신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내 귀를 깨우치시어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신다.”(사 50:4)

고 기록되어 있다. 나 역시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리는말 외에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관성적으로 말을 늘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회의나 대화중에도 내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다가도, 다른 사람의 말이 더 지혜롭고 적절함을 깨닫는 경험을 하곤 한다.

성경에는 “여호와의 말을 들으라”, “내 아들아 들으라”, “귀 있는 자는 들으라”는 말이 105 번, “듣다”라는 표현이 500번 이상 등장한다. 신앙 교육의 핵심인 “쉐마”(신 6:4-9)도 “들으라” 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신앙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말을 많이 하거나 잘 하는 사람이 아니 라, 세미한 음성과 마음의 소리까지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말을 잘 하는 사람보다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발레리나인 크리스티나 프란체는 “함께 말을 나눌 뿐 아니라 침묵할 수도 있는 친구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이라고 듣기는 속히 하고, 말을 신중하게 하며, 만약 말을 하려거든 침묵보다 더 가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토미오 미키의 귀를 보며, 듣기가 인간의 감각과 인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는 다. 예수님은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숨어서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 라.”(마 6:6)고 하셨다. 함석헌 선생의 시(時)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처럼 우리 각자의 삶과 마음에도 은밀한 골방이 필요하다. 세상의 소리와 냄새로부터 단절된 그곳에서, 극진하신 하나님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님이 좋아하시는 골방
깊은 산도 아니요 거친 들도 아니요
지붕 밑도 지하실도 아니요
오직 그대 맘 은밀한 속에 있네
그대 맘의네 문 밀밀히 닫고
세상 소리와 냄새 다 끊어버린 후
맑은 등잔 하나 가만히 밝혀만 놓면
극진하신 님의 꿀 같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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