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가나의 혼인잔치

어제 교회에서 이한나 자매의 결혼식이 있었다. 새로 구입하여 공사를 마치고 봉헌한 교회에서, 우리교회에서 성장한 자녀들 중 처음으로 치러진 결혼식이었다. 모든 성도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쁨으로 준비하고 함께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기적 사건이 떠올랐다.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옥스퍼드 대학 시절, 요한복음 2장에 나오는 이 기적의 종교적이고 영적인 의미를 기술하라는 시험에서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도다.

라는 한 줄의 문장을 써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도 가나의 혼인잔치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그루셴카가 알료샤에게 들려준 ‘파 한 뿌리’ 이야기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옛날 한 심술궂은 할멈이 죽어 지옥 불에 떨어졌다. 평생 선행이라곤 한 적 없던 그녀를 위해, 수호천사는 그녀가 단 한 번 거지에게 파 한 뿌리를 건넨 일을 떠올렸다. 이를 들은 하나님께서는 “그 파 한 뿌리를 지옥 불 속에 내밀어라. 그녀가 그것을 붙잡고 나오면 천국으로 가게하고, 만일 끊어지면 그대로 머물게 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수호천사가 파 한 뿌리를 내밀자, 할멈은 그것을 꼭 붙잡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를 본 다른 죄인들이 함께 올라가려고 할멈에게 매달렸다. 그러자 할멈은 “이건 내 파야! 너희 것이 아니야!”라며 악을 쓰며 그들을 밀어냈다. 그 순간, 파가 뚝 끊어지면서 그녀는 다시 지옥 불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알료샤 앞에서 〈처절한〉 심정을 토로한 그루센까는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고 사랑해 준 알료샤에게 감사하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이에 알료샤는

난 당신에게 파 한 뿌리를, 아주 작은 파 한 뿌리를 주었을 뿐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이후 알료샤는 조시마 장로의 관 앞에서 기도하던 중, 자신이 가나의 혼인잔치에 참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곳에서 조시마 장로는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사랑하는 알료샤, 나도 초대를 받았단다. 나는 파 한 뿌리를 적선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거란다.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단지 파 한 뿌리씩, 단지 조그만 파 한 뿌리씩 적선했던 사람들이란다. … 너도 오늘 구원의 손길을 뻗는 한 여인에게 파 한 뿌리를 적선했더구나.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 25:40)

라고 말씀하셨다. 작은 사랑의 실천이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우리도 누군가에게 ‘파 한 뿌리’를 건네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 주님을 만남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기쁨의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이전의 칼럼-02162025, 02172019-을 참고하여 재작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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