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와 리더십

요한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참 포도나무, 제자들을 가지, 하나님을 농부에 비유하셨 다. 이 짧지만 깊은 비유는 단순히 영적 교훈을 넘어, 오늘날의 지도자가 직면하는 변화와 리더 십의 본질을 실천적으로 비추어준다.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 을 깨끗하게 하시고(가지치기 하신다)”

이 ‘깨끗하게 함’은 곧 가지치기이다. 가지치기는 열매 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리더십 또한 불필요하거나 성과 없는 것들을 잘라내는 용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불안과 저항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바다 한가운데를 항해하는 선장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갑자기 폭풍이 몰아치자, 배에 탄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 그룹을 만 들어 선장에게 찾아온다. “지금 뱃멀미가 심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으니 배를 멈추고 빨리 닻을 내려주십시오.”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선장이 알고 있다. 지금 배는 닻을 내릴 수 없 을 만큼 깊고, 또한 배는 움직일 때 가장 덜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장이 사람 들의 불안에 타협하여 항해를 멈춘다면, 이는 무책임한 결정이 될 것이다. 지도자는 불안이 클 수록 더욱 방향을 분명히 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가지치기란 바로 그러한 순간이다. 워싱턴 D. C.를 방문했을 때 워싱턴 내셔널스 (Washington Nationals)와 콜로라드 로키스(Colorado Rockies)의 야구경기가 있었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구단의 대표 선수였던 브라이스 하퍼를 연봉 부담 때문에 팀에서 방출했다. 그는 라 이벌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고, 이후 필리스는 내셔널스를 지속적으로 압도했다. 이는 단적인 계산으로 장기적인 가능성을 잘라버린 사례이자, 나쁜 가지치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 다. 한편 변화는 지도자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불안을 유발한다. 자녀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갈 때 느끼는 불안처럼, 공동체 구성원들도 변화 앞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경험한다. 이 때 지도자는 자신의 불안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불안도 함께 품고 다를 수 있어야 한다. “이 변 화는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우리 함께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지도자에게는 무엇보다도 “봄의 약속(the promise of spring)”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필요 하다. 추운 겨울을 지나 가지치기를 거친 나무는 마침내 새로운 열매를 준비한다. 마찬가지로 지도자도 고통과 위기 속에서 더 깊은 열매를 준비하는 하나님의 손길을 신뢰해야 한다. 때로는 공동체 안에서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지도자는 그 사람이 없이도 새로운 가지에서 열매가 맺힐 수 있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도자의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민감함을 지녀야 한다. 공동체 안에는 언제나 다양한 목소 리가 존재한다. “성도들이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그 말들이 실제로는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정확한 정보,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신뢰받는 이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해 나가야 한다.

요한복음 15장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변화의 시기마다 흔들리는 지도자들에게 주 시는 하나님의 통찰이자 원칙이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처럼, 하나님과의 깊은 연결 속에 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사명을 따라 가지치기를 감행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되 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가지치기 이후에 피어날 새로운 생명과 열매를 기대하며 나아가는 지도 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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