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결국 역사의 주체를 누구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해석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틀이 바로 식민사관과 민족사관이다. 1980년대 초반, 대학생이던 시절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는 식민사관이었다. 이 관점은 일제 강점기 일본 학자들이 만들어 낸 역사 해석 방식으로, 조선은 본래 미개하고 정체된 사회였으며 일본의 식민 지배가 불가피하고 오히려 근대화를 위한 유익한 계기였다는 왜곡된 시각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한국인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부정하며 민족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반발하여 등장한 민족사관은 한국이 자주적인 역사를 이어온 민족 이며, 일제 강점기는 외세에 의한 침략과 강탈의 역사로 극복되어야 할 상처라는 관점이다. 이는 이후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이 두 사관은 한국 사회와 학계, 정치 담론 속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 해석에 더해 우리는 섭리사관이라는 신앙적 관점도 고려할 수 있다. 섭리사관은 인간의 역사를 하나님의 시선과 계획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조선 말 문호 개방, 선교사 입국, 3.1운동, 한국전쟁, 교회의 부흥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본다. 이는 하나님의 ‘긴 안목’ 으로 역사를 해석하며, 교회의 실패조차도 하나님의 뜻 안에 있음을 믿는 신앙의 태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미 정치학자 박문규 교수(전 CIU 학장)는 『뜻으로 본 한국정치』(2024)에서 한국 정치사를 기독교적으로 성찰한다. 그는 1945년 해방부터 2007년까지 한국 현대사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풀어내며, 특히 한국 기독교가 정치사 속에서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감당했는지 성찰한다. 박 교수는 해방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기독교가 전쟁과 독재 속에서 침묵하거나 협조한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는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가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면서, ‘북한을 품고 통일과 평화로 나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강조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과거와 현재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 화요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다. 한 달 전 누군가가 내 책상 위에 두고 간 『인간 이재명』이라는 책을 읽었다. 경북 안동에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국민학교를 졸업하기까지 가난 속에서 자라난 어린 시절, 그리고 13살부터 성남에서 공장 노동자로서의 처절한 삶이 그려져 있다. 그 속에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변호사와 정치인으로서 살아온 여정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성향과 지역 감정으로 인한 갈등 속에 있으며, 이번 대선 결과 또한 그 갈등의 민낯을 드러냈다. 한국 경제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제 정세 또한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며, 백성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이민자 들에게도 고국의 안정과 번영은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다. 하나님께서 지도자를 세우셔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듯, 이재명 대통령 역시 단순한 정치・경제적 수준을 넘어서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쓰임받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나뉘고 상처 입은 이 민족을 하나로 묶고, 고난을 딛고, 마침내 통일로 나아갈 기반을 다지는 일을 감당해 주기를 바라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