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맥은 유럽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산악지대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 트리아, 슬로베니아,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등 총 8개국에 걸쳐 있다. 그중에서도 스위스는 국토 의 대부분이 알프스에 위치해 있어 “알프스의 나라”로 불린다. 이 지역은 겨울 스포츠와 여름 하이킹, 전통 목축문화 등으로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문화적 상징이다. 그러나 최근 알프스는 지 구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구 평균보다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빙 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다.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만 전체 빙하의 약 10%가 사라졌는데, 이는 지난 60년간의 감소량과 맞먹는 수치이다. 그 결과, 홍수, 산사태, 수자원 고갈 등 다양한 위협이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스위스 남부 발레 주의 블라텐(Blatten) 마을에서 발 생한 대규모 산사태는 이 위기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융프라우-알레취 보호 구역에 위치한 이 마을은, 빙하 붕괴로 인해 90%가 파괴되었다. 300여 명의 주민이 대피 했지만, 그 충격은 여전히 깊게 남아 있다. 한때 아름답고 강인해 보였던 자연은, 이제 우리에 게 냉정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연은 정말 우리가 즐기기만 하는 배경이나 이용하는 자원에 불과한가?
에두아르도 콘(Eduardo Kohn)은 「숲은 생각한다. (How Forests Think)라는 책을 통해 우 리가 가진 자연에 대한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는 에콰도르 아마존 강 유역에서 루나(Luna)족과 생활하며, 동물과 식물, 숲 자체가 사고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존재라고 주장했 다. 예컨대 정글에서 재규어와 마주했을 때, ‘그것이 나를 포식자로 인식하느냐, 먹잇감으로 인 식하느냐’에 따라 나의 생존이 결정된다. 즉, 존재는 ‘내가 누구인가’보다 ‘타자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야자나무 꼭대기에 있는 야자원숭이를 잡으려면 야자나무를 쓰러뜨려서 원숭이를 깜짝 놀라게 해야 한다. 야자나무가 쓰러지는 ‘쿵!’ 소리를 듣고 원숭이는 그 소리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그곳에서 도망을 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원숭이가 구사일생으 로 살아났다고 한다면 본능적 반사행동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원숭이의 행동은 단 순한 본능적인 반응을 넘어 위험하기 때문에 도망쳐야 한다는 인식을 함으로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숭이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쿵’하고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 를 위험한 소리로 해석하고 도망치는 의미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원숭이만이 아 니라, 숲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살아 있는 의미망(semiotic web)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나 무, 동물, 인간 모두가 서로의 기호에 반응하고 해석하면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결국 알프스의 붕괴와 콘의 아마존 숲 메시지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묻는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을 무생물적 자원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자연은 생각하고 반응하며 우리 에게 신호를 보낸다. 문제는 우리가 그 신호를 ‘기호’로서 해석하고 응답할 수 있는가, 즉 자연 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자연을 배경삼아 문명을 확장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인간 중심주의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제 우리는 거대한 빙하의 균열 음, ‘쿵’하는 숲의 소리를 단순한 현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로 읽어야 할 때이다. 듣지 못하면 무너진다. 진짜 문제는, 자연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무너짐으로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지으신 후 사람에게 다스릴 권한과 함께 보전할 책임도 맡기셨다(창 2:15). 지금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신음하며 탄식하고 있다. 그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를 회복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