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개

목사님 컬럼

3월 13일 “동백꽃을 묵상하다”

Author
mannala
Date
2022-03-13 20:48
Views
913
어느 날 갑자기 20년 전에 만나 뵈었던 함철훈 사진작가가 생각이 났다. 그분으로부터 사진책을 한 권 받은 적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납작 엎드리면 먼지도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진과 글이었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강연프로그램에서 함철훈 씨는 데소칸소 가든(Descanso Garden, 라카나다에 있음)을 방문해서 처음으로 동백꽃을 접했던 경험을 통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데소칸소 가든은 세계 최대의 동백꽃 단지로 알려져 있으며, 각종 화려한 꽃으로 뒤덮인 작은 식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어른들을 모시고 꽃구경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일년 내내 동백꽃을 볼 수 있지만 동백 축제가 열리는 2월이 가장 아름답고 눈부시다. 동백꽃의 특징은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봄비라도 맞으면 흔적을 남기지 않고 통째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백꽃이 지닌 역사적인 의미를 알게 된 것은 2018년 3월 수술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요양하며 4ㆍ3 평화공원을 방문했을 때였다. 동백꽃은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제주 4ㆍ3의 상징이다. 동백꽃이 한 순간에 스러지는 것처럼 수많은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함철훈은 최고의 지도자가 따르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십자가 사건을 동백꽃에 투사했다. 예수님은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구원하시고자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버리는 것처럼 시들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내주셨다. 함철훈은 데소칸소 가든을 방문해서 만난 동백꽃을 통해 자신의 눈을 뜨게 되었다고 했다. 그 이후 사진을 찍을 때는 배를 땅에 깔고 누워서 눈높이에 맞춰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왜 사진을 찍는가?”라는 물음 앞에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동백꽃처럼 자신을 뚝뚝 떨어뜨린 예수님의 섬김과 희생을 본받아 자신을 낮추고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낙엽이 지듯이, 꽃 잎이 지듯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그렇게 하심으로 하늘까지 닿는 길을 열어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살아가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라고 했다. 또한 사진으로 그분이 오시는 길을 곧게 하고 깨끗이 하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동백꽃이 아니더라도 복사꽃이라도 바람에 흩날리거나 떨어지는 꽃을 보며 섬기는 종으로 오셔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사순절이 되기를 원한다. 화려함을 뽐내기 보다는 허황된 자랑과 욕심을 내려놓고 그 사랑을 입은 자로 하늘에 닿을 때까지 그 길을 따라 가는 우리들이 되기를 바란다.
따뜻한 봄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울한 짐을 벗고 가까운 데소칸소 가든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나들이 한 번 다녀오기를 권한다.

데스칸소 가든(Descanso Gardens) – 1418 Descanso Dr, La Cañada Flintridge, CA 91011
(Open 9am to 5pm daily, 3/21부터 월–금 : 9am-7pm / 토-주일 : 9am-5pm)

4561 W Pico Blvd. Los Angeles, CA 90019 | TEL. 213.365.6191 | ©2020 LA 만나교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