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개

목사님 컬럼

2월 20일 “대지와 호흡하라!”

Author
mannala
Date
2022-02-20 20:46
Views
936
새 교회를 구입하면서 한 가지 꿈이 있었다. LA 근교에 땅을 마련하여 교인들이 도시의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 땅을 밟고 텃밭을 가꾸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었다. 잘 생기고 똑똑한 청년 라스콜리니코프는 법대에 다니다가 학비가 없어 휴학을 했다. 시골에서 연금으로 여동생과 함께 겨우 살아가는 어머니가 부쳐주는 적은 돈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한다. 게다가 방세는 몇 달이나 밀려 있다. 그 지역에 인색하기로 악명 높은 노파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전당포가 있다. 빈곤에 찌든 사람들이 가져오는 물건을 푼돈을 주고 저당잡아 과도한 이자를 매긴다. 그렇게 평생 가난한 사람들의 고혈을 빨아 먹으며 많은 부를 축적했다. “젊고 착하고 똑똑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 죽어가는데, 늙고 사악한 인간은 많은 돈을 움켜쥐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아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면 어떨까? 딱 한 사람, 사악하기 그지없는 인간을 제거함으로 가난과 굶주림, 병으로 죽어가는 수백, 수천 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살인은 인류를 위해 눈감아 주어도 되지 않을까?”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하숙집 부엌에서 도끼를 훔쳐 노파를 살해하고 그 광경을 목격한 노파의 지적장애를 가진 여동생까지도 살해한다. 그후 그는 양심에 상처를 입어 정신적인 방황과 파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는 우연히 알게 된 마음씨 착한 매춘부 소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소냐는 알콜 중독자 아버지와 폐병에 걸린 계모, 헐벗고 굶주린 동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거리로 나선 아가씨이다. 소냐는 탁월한 착함과 깊은 신앙으로 자신의 비루한 삶을 견뎌내고 있었다.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성경을 읽어주며 구원의 길로 인도한다. 소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즉시 나가서 사거리에 서서 절을 하고, 당신이 피로 더럽힌 이 대지에 입을 맞추세요. 그리고 온 세상을 향하여 절을 하고 소리를 내어 모든 사람에게 말하세요.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실 거예요.” 결국 그는 센나야 광장 한 복판에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몸을 굽혀 그 더러운 대지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마음이 녹아내리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경찰서로 가서 자수한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살인죄로 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 유형지로 이송된다. 소냐는 시베리아까지 그를 따라간다. “언제까지나, 그 어느 곳에서나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을 거예요.” 그는 시베리아에서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에 눈을 뜬다. 그는 소냐를 통해 부활을 경험한다.
소냐는 살인은 대지를 더럽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지는 인간의 온갖 허물을 보듬어주고 껴안아준다. 대지는 다른 말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대지에 엎드려 입을 맞춘다는 것은 삶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노파를 살해함으로 그는 사람들로부터 단절되었다. 그래서 소냐는 “그럼 어떻게, 어떻게 살려고 그래요? 무엇에 의지해서 살려고요? 어떻게, 어떻게 사람을 떠나서 살겠다는 거지요! 이제 당신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센나야 광장의 사거리는 곧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코로나 19로 갇혀있던 삶의 자리에서 뛰쳐나와 센나야 광장, 곧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리로 나아가라. 그리고 대지가 모든 허물을 감싸주고 껴안아주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아주고 품는 삶을 살아가라. 매일 흙을 만지고 발로 땅을 정성스럽게 밟음으로 대지가 주는 생명, 사람들의 주는 사랑을 힘입어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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