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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컬럼

1월 23일 “풀은 차라리 바람과 함께 논다”

Author
mannala
Date
2022-01-23 20:44
Views
1043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 /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1921-1968) 시인의 「풀」이라는 시(詩)이다. 비가 내리고 나면 씨앗들이 새싹을 틔우고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풀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끊임없이 뽑고 뽑아도 자라나는 풀을 막을 수가 없다. 아무도 풀에 관심을 쏟지 않고 가차 없이 뽑아버린다. 그러나 연약하기 짝이 없는 풀들이 시멘트나 아스팔트의 좁은 틈을 뚫고 일어서서 결국은 수많은 씨앗을 퍼뜨린다. 시인은 “풀이 바람보다 먼저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라고 노래한다. 세찬 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 풀을 바라본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풀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넘어지고 쓰러지는 모습을 본다. 그런 점에서 풀은 강한 바람 앞에 약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시인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롭게 바라본다. 강한 바람이 불어 풀을 넘어뜨리지만, 풀은 단 한 번도 바람에 의해 넘어진 적이 없다. 풀은 스스로 누운 것이다. 풀은 빨리 눕고 빨리 울고,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장석주 시인은 이것을 “풀은 차라리 바람과 함께 논다”라고 표현했다. 풀은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유린을 당하고 상처를 입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리듬을 타고 생명의 율동(춤)을 추고 있다. 그러는 중에 풀은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된다. 이전에는 바람 부는 대로 눕고 울었던 모습을 뒤로하고, 이제는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먼저 일어나고 늦게 울어도 먼저 웃는다. 옛날부터 백성들을 풀에 비유를 해왔다. 아전들은 백성들의 살가죽을 벗기려고 했고, 수령들은 아전들의 녹봉을 가로채고, 고관들은 뇌물을 받고 벼슬을 파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연약한 백성들은 끊임없이 밟히고 찢겨도 다시 일어났으며 역사를 이어온 동력이 되었다.
2019년 말 발생한 COVID-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삶은 멈추었고 모든 것이 황폐해졌다.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보고되었는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델타 플러스, 엡실론, 람다, 뮤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Omicron variant)가 삶 가까이 빠른 속도로 침투해 들어와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증상이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다는 것이다. 『논어』(論語) 「안연」(顏淵)편에서 공자는 “초상지풍필언(草上之風必偃) 수지풍중초부립(誰知風中草復立)”이라고 했다. “바람이 불면 반드시 풀은 눕는다. 그러나 바람 속에서도 풀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그렇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지금 살아남았다. 강한 바람 앞에서, 온갖 시련 앞에서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바람과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며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는 풀처럼 춤을 추는 삶, 조금씩 더 성숙해지고 강해져서 다시 일어나고 또다시 일어나는 매일의 삶이 되기를 바란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의 삶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 우리가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후 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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