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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컬럼

7월 25일 “이웃을 사랑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을 ‘보아야’ 한다”

Author
mannala
Date
2021-07-25 19:06
Views
1769
시인 마리아 릴케(Rilke)는 1907년 10월 10일자 편지에서 폴 세잔의 작품을 처음 대하던 날 몇 시간이고 그 그림들을 보고 들으며 이해하려 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혀 새로운 그의 이름과 작품을 처음 대할 때의 그 어리둥절하고 불안하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이 뜨였다.”(캔 가이어의 『묵상하는 삶』) 다음은 릴케의 시 『사물마다 서로 교섭의 눈길을 보낸다』의 구절이다. “내가 보살피니 내 속에 집이 있다. 내가 보호하니, 내 속에 쉼터가 있다. 내가 연인이 되니, 아름다운 창조물이 내 곁에서 쉰 뒤 실컷 운다.” ‘내’가 ‘너’를 인식하자 ‘너’가 ‘나’를 인식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서로의 곁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하나가 되는 놀라움, ‘나’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너’가 있어 ‘나’는 안식할 수 있고 기쁨의 북받친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 즉 돈으로 살 수 없는 친구이다. 함께 말을 걸어 주고, 점심 때 같이 앉아 주고, 놀러 가서 함께 밤을 지새울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그런 친구들이 넘쳐 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롭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점과 문제를 보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을 보아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프레드릭 부크너는 “이웃을 사랑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들을 ‘보아야’ 한다. 마치 예술가처럼 눈으로는 물론 상상으로,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얼굴 이면의 삶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픔이 있는 사람, 쓰러지고 넘어진 사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무관심한 채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서 지켜보고,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은밀한 중에 보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습을 주목하시고 마음에 두신다. 릴케는 세잔의 그림그리기를 “웅크리고 앉아 간절한 눈길과 애타는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한 마리의 개처럼, 홀로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성자처럼” 겸손한 객관성과 믿음을 가지고, 익명의 작업을 하는 가운데 사랑을 모조리 소진시키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같이, 웅크리고 앉아 간절한 눈길과 애타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개의 바라보기처럼 하나님을 보기를 원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이는 겉모습이 아닌 그 이상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한다. 살아가느라고 분주한 세상에서,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채 정신없이 살아가는 매일의 일상에서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눈과 다른 사람의 성스러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과 눈을 갖기를 원한다. 릴케가 처음 세잔의 작품을 대할 때처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조차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오랜 시간 자세히 보고 듣고 이해하려고 할 때, 어느 순간 갑자기 그 사람이 있기에 내가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은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신 선물이며, 곧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기쁨에 북받쳐 울게 되는 경험이 있기를 바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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