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개

목사님 컬럼

7월 17일 “종이책이 좋아”

Author
mannala
Date
2022-07-17 20:55
Views
1225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다양하며 모든 것들을 통해서 배운다. 그중에 독서는 삶을 가장 풍성하게 하고 도저히 만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만나 교감하고 배울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나는 먹고 입고 노는 것이나 운동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유일한 관심이 있다면 책을 구입하고 읽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서점을 방문하거나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구입한다. 때로는 좋은 책들은 여러권을 구입해서 나누어주기도 한다. 해마다 안수를 받는 젊은 목회자들에게 몇 권의 책들을 구입하여 보내주는 일을 하고 있다. 21년 전 이민 가방 8개를 가지고 미국에 온 이후 구입한 책이 2500여권이 된다. 모든 책들은 어려움 가운데 구입한 마음과 손과 그때의 생각들이 각각 담겨있는 나의 분신과도 같다. 아내는 다 읽지도 않는 책을 그렇게 쌓아두지 말고 나누어주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주일마다 5-6명의 성도님들이 사무실에 와서 책을 살펴보고 빌려가곤 한다. 신앙서적을 비롯한 소설, 인문학 관련 책들 중에서 가벼운 내용을 담은 책에서부터 분량이 두껍고 내용도 무거운 책들까지 소개한다. 도스또옢스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죄와 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읽어내기 힘든 책들도 힘겨운 과정을 통해 끝까지 다 읽고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놀랍고 기쁘기까지 하다, 인기작가 중 한 사람인 김영하는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서 읽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그동안 사놓고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책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읽지 않은 책들도 구입할 때는 제목과 목차,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책을 산 것이기 때문에 그 책에는 나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책은 집이나 사무실의 밋밋한 벽을 장식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벽지라고 생각한다. 그림이나 장식물을 구입해서 걸어두듯이 책을 구입해서 책장을 채워가는 것도 하나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책은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한다. 책장 가득한 책을 보면 읽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풍성해지고 지식을 얻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며,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제목만 읽어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책은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왔을 때 타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나아갈 길을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라는 말처럼 책을 통해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풍성하고 깊은 간접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주한국일보 논설실장인 정숙희 씨는 지난 13일 “종이책이 좋아”라는 칼럼을 통해 “종이책과 서점이 종말을 고하는 시대에, 오히려 종이책에 대한 수요가 늘고 곳곳에 책방이 들어서고 있다. … 한인타운의 오래된 책방인 해피북에서 책을 구입하는데, 오래된 책의 향기가 스며있는 이런 동네서점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커뮤니티의 의무일 것”이라고 했다. 나는 마당몰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과 웨스턴과 3가 길에 있는 해피북을 통해 책을 구입한다. 특히 요즈음처럼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해피북이 작은 서점으로서 폐업하지 않고 살아남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밥 한끼 먹는 것처럼 가끔씩 헌책방에 들려 가벼운 책 한권이라도 구입해서 책꽂이를 장식하고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손에 책을 들고 종이에 인쇄된 활자를 읽는 경험은 … 종이냄새, 책장 넘기는 소리, 손가락에 닿는 촉감… 읽다가 밑줄을 긋거나 귀퉁이를 접을 수 있는 종이책은 감각적이고 아름답다.”(정숙희)

4561 W Pico Blvd. Los Angeles, CA 90019 | TEL. 213.365.6191 | ©2020 LA 만나교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