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개

목사님 컬럼

10월 23일 “만나체육대회를 개최하면서”

Author
mannala
Date
2022-10-23 18:00
Views
627
내가 태어나 자란 남한강변의 하담리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에 목계 나루가 있다. 목계나루는 조선시대에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상설시장이 열리는 포구라는 뜻으로 오목계(五牧溪)라고 불렸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리고 겨우 흔적만 남아 있지만, 과거에는 영월과 제천 등으로 통하는 교통 요지였고, 충북, 강원, 경북 등의 중부 내륙지방 육로의 중심지였다. 또한 서울과 가까워서 배를 이용한 물류 교역의 중심지였다. 남한강 상류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서해에서 생산된 소금과 어물을 판매하는 활발한 교역의 장소였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에 따른 전통적인 문화행사가 많이 열렸었다.
어린 시절 잊을 수 없는 것은 목계 강변 드넓은 백사장에서 열렸던 줄다리기 행사이다. 조선시대 후기, 지역의 수호신에게 포구의 번영과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했던 목계별신제와 함께 목계줄다리기 대회가 열렸다. 먼저는 며칠에 걸쳐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줄다리기 행사가 이어진 후, 외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였다. 어느 해인가 우리 마을도 줄다리기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동네의 힘쓰는 모든 남자들은 다 동원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 본 줄다리기에 사용된 줄은 마치 거대한 용을 보는 것과 같았다.(실제로 줄은 100-200m, 용두(줄다리기 머리)는 2m, 몸줄 굵기는 1.5m에 달했다. 줄은 볏짚 700토매(트럭 14대분)가 소요되며 팔뚝 굵기로 50가닥씩 꼰 줄을 다시 세 번씩 꼬아 150가닥을 만들었다. 줄이 완성되면 줄고사를 지냈다.) 원주, 제천, 충주, 음성, 단양의 농악대는 동편에, 장로원, 이천, 여주의 농악대는 서편에 속하여 응원을 했다. 그러니까 남한강변을 따라 삶을 이어가던 충청북도, 강원도, 경기도 일대의 사람들이 동원된 거대한 행사였던 것이다. 80여 그루의 오래된 소나무가 있는 목계 솔밭은 학창시설 교회에서 소풍을 가서 함께 즐기고 오는 단골장소였다. 이 고장 출신인 신경림 시인은 “목계 장터”라는 시를 통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노래했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오늘 예배 후에 “만나체육대회”가 교회 인근 Queen Anne Recreation Center에서 열린다. 교회에서 도보로 2분 정도 거리에 있는 교회 옆 골목이다. 체육대회를 앞두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 그 때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감사했다.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 세상을 떠나 하나님의 품에 안긴 부모님과 충주전투비행장 건설로 마을이 사라지고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과 마을사람들을 생각하며, 또한 하나님께서 만나게 하셔서 함께 살아가는 성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만나의 가족들이 주일날 함께 하나님 앞에 예배를 드린 후에,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어른들, 젊은이들, 학생들, 어린 아이들이 그동안 우리를 움츠리게 만든 COVID-19을 벗어버리고 게임과 운동을 통해서 하나됨을 경험하고 마음껏 기뻐하는 날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이 모든 행사를 위해서 기도와 후원을 하고 준비해온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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