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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컬럼

1월 15일 “숲은 고요하지 않다”

Author
mannala
Date
2023-01-15 01:45
Views
670
안트라퀴논, 안토시아닌, 카로티노이드, 베타라인, 멜라닌은 자연이 사용하는 물감들이다. 이런 색소들 때문에 버섯, 식물, 동물이 저마다 화려한 색상을 얻는다. 이런 색소들은 대개 피부, 털 혹은 깃털 같은 신체표면에 저장되어 있다. 같은 파장의 빛과 색소가 만나면, 색소가 빛을 붙잡을 수가 있다. ‘같은 파장의 빛과 색소가 만난다’는 말은 ‘공명’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 색소가 전자기파의 어느 부분을 흡수하여 공명할지는 색소의 구조에 달렸다. 색소가 흡수한 전자기 파 에너지가 색상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색상을 결정하는 것은 색소가 흡수하지 못한 빛이다. 색소가 흡수하지 못한 빛은 어떻게 될까? 색소는 그들을 다시 돌려보낸다. 물리학적으로 올바르게 표현하면, 반사한다. 그러니까 흡수되지 못하고 반사된 빛이 ‘물질’에 색을 부여한다. 제비꽃의 짙은 보랏빛은 안토시아닌 색소의 가장 아름다운 예이다. 안토시아닌은 파랑, 보라, 빨강에 공명하는 파장의 가시광선을 반사한다. 반면 카로티노이드는 노랑, 주황, 빨강에 맞는 영역을 반사한다. 가시광선의 모든 영역을 흡수하면, 반사되는 빛이 없으므로 생명체는 글자 그대로 암흑이다! 새까만 표면이 가시광선의 모든 전자기파를 ‘삼켜버린다.’ 반면 새하얀 표면은 그 반대다. 들어오는 가시광선을 모두 반사한다. 그러니까 꽃이 새하얗게 빛나는 까닭은 전자기파를 흡수할 색소가 없기 때문이다. 혹은 달리 표현하면, 빛이 하얀 표면에서 모두 반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소만이 자연의 아름다운 색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의 표면이 자체적으로 빛을 얼마나 흡수하고 혹은 반사할지를 결정한다. … (마들렌 치게, 『숲은 고요하지 않다』에서)
자연과 생태 분야에서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숲은 고요하지 않다』는 동물행동학자인 미들렌 치게의 책이다. 이 책은 생명체들끼리 소통하는 일에 대해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연을 떠나 현대문명사회의 하나의 부속품처럼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자연의 대화를 엿듣고 자연의 질서에 공감하는 것이 최고의 힐링이며, 놀라운 통찰력을 갖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숲에 사는 주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신호를 발산하고 수신한다. 그렇게 생명체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때 생명체가 받은 정보를 해석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방식은 특히 흥미롭다고 하면서 저자가 감탄했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통해 자연의 한 부분인 인간들이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이루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끊임없이 신호체계를 보내고 있다. “내가 여기에 있다고, 나를 사랑해달라고…” 색소가 흡수하지 못한 빛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을 낸다는 사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공동체 소속되지 못함으로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희망의 빛을 비춰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사회에 아름다움을 가져오는 색깔은 받아들여지지 못한 빛으로 인해 만들어진다. 모든 빛이 색소를 만나 흡수되어 버려 반사되는 빛이 없이 온통 암흑으로 변해버린다면 그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인간 공동체에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연약하고 보잘 것 없고 외면당하는 존재들이 그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들고 더욱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아파하는 이들이여! 당신들 때문에 세상은 아름답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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